이스라엘에서 가족과 함께 몇 년 동안 살면서 여러 일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도 승용차가 없었을 때 겪었던 일들 중에 제일 황당했던 일이 안식일과 관련된 일이었습니다. 예루살렘이면 그래도 한 나라의 수도인데, 안식일이 되면 대중교통이 없기 때문에 이동할 수가 없다는 점이 외국인으로서 정말 황당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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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예루살렘에 있는 한인교회들은 토요일에 예배를 드립니다. 왜냐하면, 주일부터는 일상의 시작이 되기 때문입니다. 직장도 주일부터, 학교도 주일부터 수업이 시작되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멈추는 날인 안식일인 토요일에 주일예배를 드립니다.
처음 이스라엘에 가족들과 갔을 때에는, 아직 한국에서 짐도 도착하지 않았고 컨테이너를 통해 보냈던 차량도 도착하지 않았던 터라, 안식일이 되면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습니다. 대중교통도 끊어지기 때문입니다. 집 앞을 지나가던 MAN회사에서 만든 굴절버스도 다니지 않고, 그 당시에는 트램도 개통되지 않았던 터라 완전 '꼼짝마라'였습니다(물론 트램이 한참 뒤에 개통되었지만 안식일에는 운행하지 않았습니다).
철저한 유대인들의 안식일 준수를 보면서 깜짝 놀랐고, 그때까지만 해도 대단한 민족이라 생각했습니다. 유대인들의 실체(?)를 알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우리나라는 명절에도 각종 대중교통들이 운행하기 때문에 이동에 제한은 전혀 없는데, 유대인들은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기도 했었습니다.
대중교통까지 멈추고 유대인들이 철저하게 지키는 안식일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안식일은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날
매주일마다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은 유대교의 중요한 성일인 안식일을 준수하고, 그 법과 관습들을 지키고 있습니다. 보통 안식일은 금요일 오후 해가 질 무렵부터 시작하여서 토요일 오후 해가 지기 직전까지 이어집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약 25시간 정도가 안식일이 됩니다.
이들이 안식일을 지키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라고 명령하셨기 때문입니다. 십계명 중에 네번째 계명이 바로 그것입니다.
출애굽기 20:8,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
모든 것이 멈추는 날이자 휴식의 날이라고 유대인들이 생각하는 안식일은 하나님의 창조 기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실 때, 일곱번째 날을 쉬셨기 때문에 유대인들도 이 날을 안식일로 정하고 쉬고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안식일을 "샤밧"(שבט)이라고 부릅니다. 히브리어 샤밧의 뜻은 "멈추다", "중단하다", "쉬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2. 안식일의 존재 이유
안식일은 하나님과 유대인들 사이의 언약의 일부입니다. 열개의 계명 중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안식일을 기억하고 지키는 것은, 하나님과 유대인들과의 언약을 기억하는 동시에 하나님께서 유대인들의 조상들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들에 감사하고 기뻐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 날은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는 날입니다.
3.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 안식일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안식일을 일주일 내내 기대합니다. 왜냐하면, 이날만큼은 일상에서 벗어나서 특별한 기분을 느낄 수 있고 한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율법으로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규정했기 때문에, 직장에서 휴일 업무를 보고 싶어도 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일이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들을 생각하지 않고, 모든 것이 멈춘 날, 그야말로 삶의 가장 고요한 시간들입니다.
그래서 안식일은 유대인들에게 주신 하나님의 최고의 선물 중에 하나입니다. 문제는 이 최고의 선물을 자신들을 옭아매는 그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지만 말입니다.
4. 안식일 인사
일반적으로 안식일이 시작 되기 전에, 유대인들은 "샤밧 샬롬"(שבט שלום)이라고 인사합니다. 우리 말로 번역을 하자면, "평화로운 안식일이 되길" 정도가 되겠지요.
5. 가족간의 시간
안식일에는 자기 집에서 가족들이 모이는 날입니다. 일반적으로는 가족 모두가 집안의 어른이 되는 집에 모이거나, 평소에는 바빠서 저녁을 함께 하지 못하는 가족들이 한 자리에서 같이 식사하는 공식적인 날입니다.
이 날에 저녁 식사를 통하여 하나님께서 자신들의 조상들에게 주신 은혜에 감사하며, 가족들이 함께 공동체적인 가족애를 느끼는 중요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독신자들이나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자신들끼리 모여 안식일을 지키기도 합니다.
안식일에 지키는 관습들
유대인들은 안식일에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금요일 해가 지기 전까지 장을 보고 집안을 청소하며 안식일 요리를 모두 끝냅니다. 그리고 해가 지면서 안식일이 시작되면,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 옷을 차려 입고 안식일과 관련된 여러 관습법들을 확인합니다.
촛대에 촛불을 켠다
안식일 촛불은 금요일 해가 질 무렵에 켭니다. 이 촛불은 안식일의 시작을 표시하며 안식일의 두 가지 계명인 "기억하라"(쟈코르, זכור)와 "지키라"(샤모르, שמור)를 다시 기억하기 위해 켭니다.
안식일 포도주를 마신다
촛불이 켜지면, 가족들은 모두 유월절 포도주를 마십니다. 안식일 포도주는 달콤한 맛이 나는데, 키두쉬(קידוש)라고 부르는 안식일을 위한 특별한 잔으로 마십니다. 안식일에 포도주를 마시는 이유는, 기쁨과 축하의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축복 기도를 하다
일반적으로 식사를 시작할 때 다음의 기도문을 낭송합니다.
בָּרוּךְ אַתָּה, יְיָ אֱלֹהֵינוּ, מֶלֶךְ הָעוֹלָם,הַמּוֹצִיא לֶחֶם מִן הָאָרֶץ
바룩 아타 예아(아도나이, 유대인들은 대부분의 경우 아도나이, 혹은 야훼라는 단어를 직접 쓰지 않음) 엘로헤이누 하올람, 하모찌 레헴(레켐) 민 하아레츠
이 땅으로부터 빵을 내어 주시는 우리 하나님은 온 우주의 왕이십니다. 주님을 축복합니다(주님께 영광을 올려 드립니다,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로 의역 가능)
그리고 나서는 부모들이 자녀들의 이름을 넣어 가며 축복하기도 합니다. 딸의 경우에는 사라, 리브가, 라헬, 레아와 같이 되길 축복하며, 아들의 경우에는 에브라임과 므낫세와 같이 자라고 화목하길 축복합니다.
할라빵을 먹다
안식일에는 마치 머리카락을 땋은 듯한 모양의 "할라"(חלה)라는 이름의 빵을 먹습니다. 이 빵은 일반적으로 안식일과 유월절을 제외한 명절에 먹는 누룩이 들어간 빵입니다. 율법에 따르면 안식일에는 반드시 세 끼의 식사를 해야만 하는데, 일반적으로 할라빵을 식사를 시작할 때 먹습니다.
일반적으로, 안식일이 되기 전에 유대인들은 가족들이 회당에 다녀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이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안식일을 철저하게 지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안식일 준수를 부모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까지 어릴 때부터 함께 지킴으로써, 가정에서 신앙 교육이 시작되고 민족 정체성 교육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누가복음 6장의 안식일에 관한 예수님과 바리새인의 대화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부분에 있어서는 지나치게 관습화되어 안식일의 원래 의미를 상실했다는 느낌을 이스라엘에 있으면 받기도 하였었습니다. 안식일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전등불을 켜 두어, 토요일 낮에도 계속 전등불이 켜 있게 된다든지, 가스불을 켜지 못하기 때문에 미리 조리된 음식을 데우지 않고 먹거나 호텔 등의 '안식일 엘리베이터'(엘리베이터 버튼들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안식일 전용 엘리베이터, 모든 층에 자동으로 멈추며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자동으로 문이 닫힘) 등은 율법의 형식적인 고착화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이상으로 안식일에 대해 직접 살면서 경험했던 내용들과 함께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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