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리스도인의 자살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답) 역사적으로 자살에 대한 견해는 조금씩 나뉘었습니다. 초대교회의 경우 신앙의 절개를 강조하느라 고문을 받다가 배교하느니 자살을 선택하기도 했는데, 이런 경우에 자살을 순교로 여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정통 신학은 자살을 엄격하게 정죄했습니다. 그 결과 신자가 자살을 하면 지옥에 간다는 생각이 교회 안에 보편화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인식 때문에 신자가 자살한 경우 목사가 장례식을 집전하지 못하도록 했고, 어떤 경우에는 자살 그 자체를 자동 출교로 간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자살이 죽음에 이르는 죄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우선 당사자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살이 어떤 죄인지를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또한 고의적으로 자살 죄를 범하려는 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오직 하나님만이 판결하실 문제입니다.

(2) 처지가 오죽 딱하면 자살을 했을까요? 이 세상에서 죽음에 이르도록 절망하고 죽어서도 구원받을 길이 없다면 너무 슬플 것 같습니다.

답) 자살과 관련하여 확실히 알아야 하는 것은, 자살이 일종의 살인이라는 것입니다. 자살은 자신을 죽이는 것이고, 살인은 남을 죽이는 것입니다. 자살과 살인은 죽이는 대상만 다를 뿐 본질상 차이가 없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자살에 대해 의외로 관대한 시각이 많은데, 자살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할 수 없는 죄입니다. 근본적으로 생명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므로 자살은 생명의 주인 되신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명백한 도전입니다. 신자는 자기 생명을 자기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오죽했으면 자살을 선택했을까?”라며 우리는 자살한 이를 동정합니다. 그러나 처지가 아무리 딱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는 것처럼 자신을 죽여서도 안 됩니다. 자신의 절망적인 상황을 더 큰 악인 자살로 해결해서는 안 됩니다. 자살은 자신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주위 사람들, 특히 어린 자녀들에게 크나큰 고통을 주는 죄악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3) 그렇다면 이런 큰 죄를 지은 사람이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요? 자살은 다른 죄와는 달리 회개할 기회가 없잖아요.

답) 성경은 분명히 살인하는 자들은 하나님 나라를 유업으로 받을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성경의 가르침을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럼에도 자살한 사람들의 운명을 판단할 수 없다는 점도 인정해야 합니다. 최종적인 구원은 하나님의 주권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자살을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악의적인 자살과 순간적인 판단 실수로 인한 자살을 동일하게 볼 수 없습니다. 특히 정신병이나 약물로 인한 자살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므로 살인죄로 정죄할 수 없습니다. 분별없이 자살을 일방적으로 정죄할 경우 유가족에게 더 큰 고통만 안겨 주겠지요.

개혁 전통을 따르는 우리는 아무리 작은 죄라 하더라도 죽음에 이르는 죄라고 고백하고, 아무리 큰 죄라 하더라도 회개를 통해 용서받을 수 있다고 고백합니다(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15장 4항). 신자 중에 어느 누구도 완벽하게 회개하고 죽는 사람이 없음을 고려하면 자살한 자가 무조건 지옥에 간다는 말은 적절치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자살한 신자가 구원받았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질문은 사변일 뿐입니다. 하나님께만 속한 것을 알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교만이겠지요. 이 문제에 대해 성경은 침묵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성경에 의지하여 다음과 같이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자살은 생명의 주인 되신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며, 가장 가까운 이웃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는 매우 사악한 범죄라고요. 따라서 어떤 일이 있어도 자살을 미화하거나 정당화하거나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에 단호히 맞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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