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새벽,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이 자리에 모인 우리 모두에게 가득하기를 소망합니다. 오늘 우리는 매일성경 큐티 본문인 누가복음 17장 11절에서 19절 말씀을 통해, 우리 주님의 놀라운 사랑과 그 사랑에 대한 합당한 반응이 무엇인지 함께 묵상하며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누가복음 17장 11절-19절, 경계를 넘어선 사랑
서론 : 우리가 긋는 경계선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참 많은 '선', 즉 '경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살아갑니다. '나'와 '너', '우리'와 '그들'을 나누고,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을 구별하며 때로는 보이지 않는 벽을 쌓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계는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편견과 차별, 소외를 낳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 본문은 바로 이러한 경계가 첨예하게 존재했던 시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향하시던 중, 사마리아와 갈릴리 '사이', 즉 유대인들이 불결하게 여기던 사마리아 땅과의 경계 지역을 지나가십니다. 바로 그 경계 지점에서,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격리된 열 명의 나병환자들이 예수님을 만납니다.
본론
오늘 본문에 나타난 치유의 기적과 끝없는 사랑을 통해, 특별히 18절의 "이 이방인 외에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러 돌아온 자가 없느냐" 하신 예수님의 가슴 아픈 질문을 마음에 새기며, '경계를 넘어선 사랑'이라는 주제를 깊이 묵상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첫째, 고통과 소외의 경계에 갇힌 이들
먼저, 본문 12절과 13절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누가복음 17:12-13, 한 마을에 들어가시니 나병환자 열 명이 예수를 만나 멀리 서서 소리를 높여 이르되 예수 선생님이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거늘
나병, 오늘날 한센병이라 불리는 이 병은 당시 사람들에게 육체적 고통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율법에 따라 부정한 자로 낙인찍혀 가족과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되어야 했습니다. 그들은 성 밖에 살아야 했고,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었습니다. '멀리 서서' 소리 높여 외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처지는 깊은 고통과 소외의 경계선 안에 갇혀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더욱이 이 열 명 중에는 '사마리아인'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사마리아인들을 혼혈 민족이라며 상종하지 않았고, 그들의 종교를 이단으로 취급했습니다. 그러니 사마리아 나병환자는 질병으로 인한 소외뿐 아니라, 민족적, 종교적 멸시라는 또 다른 견고한 경계 안에 갇힌, 그야말로 변두리 중의 변두리 인생이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깊은 절망 속에서도 그들은 '예수 선생님'을 향해 자비를 구하는 한 가닥 희망을 붙잡았습니다. 그들의 부르짖음은 경계선 너머를 향한 간절한 외침이었습니다.
본론 2: 모든 경계를 허무시는 예수님의 사랑
예수님은 어떻게 반응하셨습니까? 그들의 절박한 외침을 들으시고, 그들을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14절입니다.
누가복음 17:14, 보시고 이르시되 가서 제사장들에게 너희 몸을 보이라 하셨더니 그들이 가다가 깨끗함을 받은지라
예수님은 즉시 병을 고쳐주신 것이 아니라, 먼저 '가서 제사장들에게 몸을 보이라'라고 명령하십니다. 이는 율법의 규정을 따르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아직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말씀을 믿고 순종하는 '믿음의 발걸음'을 요구하신 것입니다. '낫게 해 주시면 가겠습니다'가 아니라, '낫게 될 것을 믿고 먼저 가라'는 명령이었습니다. 이 명령은 불치병이라는 절망의 경계, 인간적인 생각의 경계를 넘어서는 믿음을 촉구하신 것입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예수님께서 유대인이든 사마리아인이든 구별하지 않고 '열 명 모두'에게 동일하게 치유의 길을 제시하셨다는 점입니다. 예수님의 긍휼과 사랑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민족, 신분, 건강 상태의 경계를 가볍게 뛰어넘습니다. 그분 앞에서는 모든 경계가 무의미합니다. 그분의 사랑은 차별 없이 모든 이에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그들이 가다가 깨끗함을 받은지라." 예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 즉 믿음으로 경계를 넘어서는 발걸음을 내딛는 그 순간, 그 과정 속에서 치유라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경계 안에 갇힌 이들을 찾아오실 뿐 아니라, 그들이 믿음으로 경계를 넘어설 때 놀라운 일을 행하십니다.
본론 3: 경계를 넘어선 감사, 하나님께 영광!
열 명 모두가 똑같이 치유라는 엄청난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이제 그들은 끔찍했던 질병과 소외의 경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충격과 질문을 던집니다. 15절과 16절입니다.
누가복음 17:15-16, 그 중의 한 사람이 자기가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돌아와 예수의 발 아래에 엎드리어 감사하니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라
오직 한 사람, 바로 유대인들이 멸시하던 '사마리아 사람'만이 자신이 받은 은혜의 근원, 예수님께로 되돌아왔습니다. 그는 그냥 돌아온 것이 아니라 '큰 소리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돌아와 예수님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는 질병의 치유를 넘어, 자신을 고쳐주신 분이 누구신지 깨달았고, 그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렸습니다. 그의 감사는 민족과 종교의 경계를 뛰어넘어 하나님과 예수님께로 향했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아홉 명은 어디로 갔을까요? 그들 역시 기뻤을 것입니다. 서둘러 제사장에게 가서 건강을 확인받고,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에게 돌아가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치유의 '결과'에 집중하여, 그 은혜를 베푸신 '근원'을 잊었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회복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예수님의 안타까운 탄식이 터져 나옵니다. 17절과 18절입니다.
누가복음 17:17-18,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열 사람이 다 깨끗함을 받지 아니하였느냐 그 아홉은 어디 있느냐 이 이방인 외에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러 돌아온 자가 없느냐 하시고
예수님께서는 돌아오지 않은 아홉 명을 찾으시며, 오히려 '이방인'으로 취급받던 사마리아 사람의 감사와 하나님께 돌리는 영광을 주목하셨습니다. 가장 소외되고 경계 밖에 있던 자가, 오히려 가장 깊은 감사를 표현하며 모든 경계를 넘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아이러니. 이 사마리아 사람은 육체의 치유를 넘어 영혼의 구원까지 얻게 됩니다. 19절, "그에게 이르시되 일어나 가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 하시더라." 그의 감사는 단순한 예의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향한 진정한 믿음의 표현이었고, 그 믿음이 그를 온전한 구원으로 이끌었던 것입니다.
결론: 경계를 넘어 사랑하고 감사하는 삶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는 열 명의 나병환자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깨닫게 됩니까?
첫째, 예수님의 사랑은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서 임한다는 사실입니다. 질병, 소외, 민족, 종교... 그 어떤 장벽도 주님의 긍휼과 사랑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 사랑은 오늘도 여전히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우리의 연약함, 우리의 상처, 우리가 그어놓은 마음의 경계까지도 넘어서 찾아오십니다.
둘째, 우리는 그 경계를 넘어서는 사랑에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를 배웁니다. 아홉 명의 유대인처럼 받은 은혜를 당연하게 여기고, 세상의 기준과 나의 필요에만 몰두하며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이방인이라 불렸던 사마리아 사람처럼, 받은 은혜에 감격하여 모든 경계를 넘어 예수님께 돌아와 엎드려 감사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삶을 살 것인가?
우리 안에는 어떤 경계선이 있습니까? 혹시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미워하는 편견의 경계는 없습니까? 도움이 필요한 이웃의 아픔에 무관심한 경계는 없습니까? 무엇보다, 날마다 베풀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당연하게 여기며 감사하기를 잊어버린 영적 무감각의 경계 속에 갇혀 있지는 않습니까?
이 새벽, 우리 모두 사마리아 사람의 뜨거운 감사를 회복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의 삶을 가로막는 모든 불신과 무관심의 경계를 믿음으로 뛰어넘어, 날마다 주님께로 돌아와 엎드려 감사합시다. 우리의 작은 감사 하나하나가 하나님께 큰 영광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감사는 우리를 더욱 깊은 믿음과 풍성한 은혜의 자리로 인도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우리 자신이 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사랑의 경계를 넓혀가는 사람들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 아파하는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 내밀어 주는 '경계를 넘어선 사랑'을 실천하는 복된 하루, 복된 한 주가 되시기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함께 하는 기도
사랑과 은혜가 풍성하신 하나님 아버지, 오늘도 저희를 깨우시고 주님 전에 불러주시니 감사합니다. 누가복음 말씀을 통해 모든 경계를 넘어서는 주님의 사랑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저희 안의 편견과 무관심의 경계를 허물어 주시고, 받은 은혜를 당연히 여기지 않으며 날마다 사마리아 사람과 같이 주님께 돌아와 감사하며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을 살게 하여 주옵소서. 또한 저희가 주님의 사랑으로 이웃을 향해 사랑의 경계를 넓혀가는 복의 통로가 되게 하여 주옵소서. 감사드리며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