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속에 갇힌 사도 바울은, 자신들을 희생하고 마음을 다하여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 그리고 바울을 섬긴 디모데와 에바브로디도에 대해 말합니다. 두 사람을 통하여 자기중심적인 세상 속에서 참된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살아가야만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빌립보서 2장 19절-30절, 마음을 다해 섬기는 사람들
오늘 우리는 사도 바울의 서신서 중에서도 가장 따뜻하고 개인적인 편지로 알려진 빌립보서의 한 부분을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바울은 현재 로마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언제 풀려날지, 어쩌면 순교하게 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의 마음은 감옥 너머, 사랑하는 빌립보 교회 성도들에게 향해 있습니다. 바울은 빌립보 교회 성도들들의 소식을 간절히 듣고 싶어 하고, 또한 자신의 상황을 알려 그들을 안심시키고 싶어 합니다.
오늘 본문 빌립보서 2장 19절에서 30절은 바로 이러한 바울의 마음과, 그 마음을 전해줄 두 사람, 디모데와 에바브로디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늘 본문을 통해 우리는 초대교회 성도들의 아름다운 섬김의 모습과 그 섬김의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세상의 관심과 그리스도인의 관심
바울은 먼저 디모데를 빌립보 교회에 보내고 싶다는 소망을 밝힙니다.
빌립보서 2:19-21, 내가 디모데를 속히 너희에게 보내기를 주 안에서 바람은 너희의 사정을 앎으로 안위를 받으려 함이니 이는 뜻을 같이하여 너희 사정을 진실히 생각할 자가 이밖에 내게 없음이라 그들이 다 자기 일을 구하고 그리스도 예수의 일을 구하지 아니하되
흥미로운 점은 바울이 디모데를 보내려는 첫 번째 이유가 "너희의 사정을 앎으로 안위를 받으려 함"이라고 말하는 부분입니다. 바울은 빌립보 성도들을 통해 자신이 위로받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이내 디모데를 보내는 더 중요한 이유를 설명합니다. 디모데는 바울과 "뜻을 같이하여" 빌립보 성도들의 사정을 "진실히 생각할"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바울은 당시 주변 사람들의 일반적인 경향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다 자기 일을 구하고 그리스도 예수의 일을 구하지 아니하되." 이것은 2000년 전의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유익, 자신의 안위, 자신의 성공을 먼저 생각합니다.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타인의 필요를 돌아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교회 안에서도 때로는 '나의 신앙', '나의 은혜', '나의 직분'에 더 집중하며, 정작 '그리스도 예수의 일', 즉 그분의 마음과 그분의 뜻을 구하는 데에는 소홀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마음에는 자신만의 특정한 세계관과 가치관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것들이 인간의 행동을 결정합니다. 세상의 가치관은 '자기 일'을 우선시하도록 부추깁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마음에는 다른 가치관, 즉 '그리스도 예수의 일'을 우선하는 가치관이 심어져야 합니다. 디모데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2. 검증된 신실한 사람, 디모데
바울은 디모데를 이렇게 평가합니다.
빌립보서 2:22-24, 디모데의 연단을 너희가 아나니 자식이 아버지에게 함같이 나와 함께 복음을 위하여 수고하였느니라 그러므로 내가 내 일이 어떻게 될지를 보아서 곧 이 사람을 보내기를 바라고 나도 속히 가게 될 것을 주 안에서 확신하노라
"디모데의 연단 (δοκιμή, dokimē, 도키메)". 이 단어는 '시험을 통해 입증된 성품', '검증된 가치'를 의미합니다. 디모데는 그냥 좋은 사람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의 신실함과 복음을 향한 헌신이 이미 증명된 사람이었습니다. 마치 아들이 아버지를 섬기듯, 그는 바울과 함께 복음을 위해 수고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상하 관계가 아니라, 깊은 신뢰와 사랑, 그리고 공동의 목표를 향한 동역자 정신을 보여줍니다.
바울은 자신의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디모데를 보내겠다고 말하며, 자신도 곧 빌립보를 방문하게 되리라는 희망을 표현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복음 안에서 형성된 깊은 유대감과 서로를 향한 진정한 배려가 어떠한 모습인지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3. 생명을 건 헌신자, 에바브로디도
이제 바울은 또 다른 인물, 에바브로디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빌립보서 2:25-27, 그러나 에바브로디도를 너희에게 보내는 것이 필요한 줄로 생각하노니 그는 나의 형제요 함께 수고하고 함께 군사 된 자요 너희 사자로 내가 쓸 것을 돕는 자라 그가 너희 무리를 간절히 사모하고 자기가 병든 것을 너희가 들은 줄을 알고 심히 근심한지라 그가 병들어 죽게 되었으나 하나님이 그를 긍휼히 여기셨고 그뿐 아니라 또 나를 긍휼히 여기사 내 근심 위에 근심을 면하게 하셨느니라
사실, 에바브로디도는 빌립보 교회가 바울을 돕기 위해 파송한 사람이었습니다. 바울은 그를 "나의 형제요 함께 수고하고 함께 군사 된 자요 너희 사자"라고 부릅니다. 이 칭호들은 에바브로디도가 바울과 얼마나 긴밀한 관계 속에서 복음 사역을 함께 감당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런데 에바브로디도는 로마에서 바울을 돕다가 병들어 거의 죽게 되었습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타지에서, 그것도 주님의 일을 하다가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 에바브로디도는 자신보다 자신을 파송한 빌립보 성도들이 자신의 병든 소식을 듣고 근심할까 봐 오히려 더 걱정했습니다. 이 얼마나 이타적인 마음입니까!
바울은 하나님께서 에바브로디도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긍휼을 베푸셔서 그를 살려주셨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30절에서 에바브로디도의 헌신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그가 그리스도의 일을 위하여 죽기에 이르러도 자기 목숨을 돌보지 아니한 것은 나를 섬기는 너희의 일에 부족함을 채우려 함이니라."
에바브로디도는 '그리스도의 일'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는 빌립보 성도들이 직접 바울을 섬길 수 없는 그 '부족함'을 자신의 헌신으로 채웠습니다. 생명을 건 에바브로디도의 헌신은 단순한 의무감을 넘어선,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과 동역자를 향한 사랑에서 비롯된 행동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4. 예수 그리스도가 중심이 되시는 삶
디모데와 에바브로디도. 이 두 사람은 어떻게 이토록 헌신적이고 이타적인 삶을 살 수 있었을까요? 바울은 이 두 사람이 앞선 빌립보서 2장 5-8절을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빌립보서 2:5-8,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의 모든 권리와 영광을 내려놓으시고 우리를 위해 자신을 비우셨습니다. 자기 일을 구하지 않으시고, 오직 하나님의 뜻과 우리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서 생명까지 내어주셨습니다. 디모데와 에바브로디도의 삶은 바로 이와 같이 예수 그리스도의 자기 비움(kenosis)과 섬김을 희미하게나마 반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자기 일'이 아니라 '그리스도 예수의 일'을 구했습니다. 그들의 관심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타인의 유익과 복음이 땅 끝까지 전파되는 데에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 중심적 삶의 모습입니다. 이 두 사람들은 모두 성경의 모든 본문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발견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보여주며, 예수 그리스도의 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삶을 살았던 것입니다.
5. 우리의 관심은 어디에 있습니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는 디모데와 에바브로디도라는 두 인물을 통해 참된 그리스도인의 섬김이 무엇인지 보았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을 살아야만 한다는 사실에 대한 모범을 제시하는 동시에 위로를 전해 줍니다.
오늘 우리의 삶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여전히 '자기 일'에만 매몰되어 있지는 않습니까? 아니면 디모데처럼 '그리스도 예수의 일'을 진실히 생각하며, 에바브로디도처럼 '그리스도의 일'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우리의 마음 중심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사실, 우리는 헌신을 하다가도 연약하여 자주 넘어지고 이기적인 모습에 실망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도덕주의적인 노력만으로는 변화가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디모데나 에바브로디도처럼 살 수 없는 존재임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더욱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이 우리 마음을 변화시키고, 예수님께서 보내시는 보혜사 성령께서 우리에게 섬길 힘을 주실 때, 비로소 우리도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닮아갈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빌립보 성도들에게 에바브로디도와 같은 사람들을 "존귀히 여기라"(29절)고 권면합니다. 오늘 우리 주변에도 말없이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섬기는 디모데와 에바브로디도와 같은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들을 발견하고 격려하며, 우리 또한 그 길을 함께 걸어가기를 소망합니다.
이 세상은 여전히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소리로 가득하지만,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은 사람들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는 확장됩니다. 우리의 삶이, 우리의 교회가 바로 그러한 '뜻을 같이하여' '진실이 생각하고' '생명을 다해 섬기는' 공동체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우리의 관심이 '나'에게서 '그리스도 예수'께로, 그리고 '서로'에게로 향하여, 이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아름다운 편지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6. 함께 하는 기도
사랑의 하나님 아버지, 세상의 가치를 따라 자기 이익을 구했던 우리의 마음을 돌이켜 주옵소서. 디모데와 에바브로디도처럼 그리스도 예수의 일을 먼저 구하며, 이웃의 필요를 진심으로 돌보는 자 되게 하소서. 자신을 비워 우리를 섬기신 주님처럼, 우리도 사랑으로 헌신하는 삶을 살도록 성령 하나님께서 우리를 인도하여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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