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적 음주운전
범죄를 저지르고 나면, 감옥을 가거나 벌금을 내는 처벌을 받게 됩니다. 감옥에 있을 때, 혹은 벌금을 낼 당시에는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결심이 다시 약해지고 또다시 반복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을 "재범률"이라고 부릅니다. 이 말은 다시 동일한 죄를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비율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요즘 문제가 되는 마약 범죄보다도 더 재범률이 높은 범죄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2020년 통계에 의하면, "음주운전"이라고 합니다. 음주운전을 통하여 자신뿐 아니라 죄 없는 사람까지도 다치게 만들거나 심지어는 생명까지 빼앗아가는데, 음주운전의 재범률은 44% 정도라고 합니다. 징역을 살아도, 벌금을 내어도 음주운전을 해서 처벌을 받은 사람들 2명 중에 1명에 가까운 사람은 또다시 얼마 되지 않아 음주운전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왜 이와 같이 반복적인 음주운전을 하는 것일까요?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후회하지만, 후회로 그칠 뿐입니다. 음주운전자들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정도면 괜찮지"하는 생각 때문에 음주운전은 상습적이며 높은 재범률을 보이는 것입니다.
다툼과 화해의 반복
누군가와 다투었을 때에도 이와 유사합니다. 다투고 나면 마음이 불편하고 굉장이 신경이 쓰입니다. 게다가 자주 부딪혀야만 하는 사람이나, 특히 가족일 경우에는 정말 괴롭습니다. 견디다 못해 결국 화해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또다시 반복적으로 다투기 마련입니다. 특히 가까운 관계일수로 더욱 반복적으로 다투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 이러한 반복적인 다툼이 생기는 것일까요? 앞서 생각해 본 상습적인 음주운전과도 같습니다. 아마도 부부싸움의 재범률은 90%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처럼 가까운 사람과 반복되는 다툼의 발생 원인은, 변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 번 다투고 나면 조심해야 하는데, 금방 마음이 풀어져서 똑같은 내용으로 다툴 때가 많습니다. 다투는 순간에는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지"하면서도 금방 또 반복하게 됩니다.
야곱의 거짓 화해
그러므로 진정한 화해를 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변화가 반드시 있어야만 합니다. 형식적인 변화는 결국 그 당시만 모면하려는 속임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진정한 화해가 될 수가 없습니다.
창세기 32장에서, 야곱은 형인 에서가 400명의 장정을 거느리고 자신에게로 온다는 종들의 이야기를 듣고 두려워하게 됩니다. 과거에 형의 축복을 자신이 속이고 빼앗아 가졌음으로 인해, 형이 반드시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죽음의 공포를 느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야곱의 심정을 창세기 32장 7절은 "야곱이 심히 두렵고 답답하여"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원어 성경에는 "그리고 야곱이 매우 두려워 하였으며 그리고 자신을 위해 계획을 세웠다"(וַיִּירָ֧א יַעֲקֹ֛ב מְאֹ֖ד וַיֵּ֣צֶר לֹ֑ו)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두려움(야레, ירא)으로 인해 야곱이 한 행동은 "계획을 세우는 것"(야짜르, יצר)이었습니다. 야곱은 진심으로 형과 화해하기보다는 화해를 가장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야곱이 택한 화해의 제스쳐와 꼼수가 있습니다. 창세기 32장에서는 야곱의 꼼수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먼저 자신의 소유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에서에게 먼저 보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에서가 한쪽 그룹을 공격하면 나머지 그룹은 급히 도망을 가는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라도 절반은 구하고자 한 것입니다. 그리고 에서에게 바칠 예물을 준비하는데, 이 예물을 세 떼로 나누어서 거리를 두고 순차적으로 보냅니다. 에서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종들과 짐승들을 희생시키겠다는 이기적인 꼼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아내들과 자녀들을 보내고 야곱은 혼자 가장 뒤에 남아 있습니다. 어떻게 하든지간에 자신의 생명만은 지키려는 비열한 꼼수를 쓴 것입니다.
에서의 진실한 화해
야곱의 행동과 계획에는 진심으로 화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형식적이고 속임수를 통해서 순간을 모면하려고 할 뿐입니다. 근본적인 마음의 변화, 행동의 변화가 전혀 없이, 20여년 전 쫓기다시피 해서 고향을 떠났던 그 때의 모습 그대로 속임수로 가득차 있을 뿐입니다.
이에 반해 에서는 어떻습니까? 에서는 20년 전에는 동생을 반드시 죽이겠다는 분노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20년의 세월이 지난 후인 지금에 와서는 모든 분노의 마음을 내버리고 진심으로 화해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본문의 4절을 읽어 보겠습니다.
에서가 달려와서 그를 맞이하여 안고 목을 어긋맞추어 그와 입맞추고 서로 우니라(창세기 33장 4절, 개역개정성경)
야곱이 가까이오자, 에서는 달려가서 야곱을 맞이하여 안고 입맞추고 울었습니다. 마치 탕자가 돌아오는 것을 멀리서 보고 아버지가 뛰어 나가 끌어안고 영접하는 것과 같은 모습입니다. 또 자신에게 꼼수로 바치려던 야곱의 예물을 어떻게 합니까? 처음에는 받지 않았습니다. 예물이 없어도 당연히 화해할 것이라고 에서는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9절을 읽어 보겠습니다.
에서가 이르되 내 동생아 내게 있는 것이 족하니 네 소유는 네게 두라(창세기 33장 9절, 개역개정성경)
형제가 화해하는데 예물이 있고 없고가 중요하겠느냐는 에서의 말입니다. 예물이 없어도 당연히 동생을 용서하고 받아 들이겠다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게다가 11절에서, 야곱이 강권하자 에서는 예물을 받음으로써 야곱에 대한 자신의 진정한 용서의 마음을 확신시켜 줍니다.
진실한 화해
다투는 일은 우리의 삶에서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생겨나는 일입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는데 어찌 다툼이 없겠으며 충돌이 없겠습니까? 하지만 그 다툼과 충돌 이후에 어떻게 화해하는가가 매우 중요합니다. 야곱처럼 형식적으로 혹은 그 상황만 모면하려는 꼼수로 화해를 할 것이냐, 아니면 에서와 같이 진심으로 화해를 할 것이냐는, 앞으로의 관계와 인생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실, 창세기 32장에서는 야곱이 꼼수를 쓴 것이 맞습니다. 자신은 가장 뒤에 남아 있음으로써 자신의 목숨을 건져 보려는 꼼수를 썼습니다. 하지만 33장에 와서는 야곱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본문의 3절을 읽어 봅시다.
자기는 그들 앞에서 나아가되 몸을 일곱 번 땅에 굽히며 그의 형 에서에게 가까이 가니(창세기 33장 3절, 개역개정성경)
가장 뒤에 숨어 있으려는 꼼수를 다 접고, 야곱이 가장 앞에 서서 에서에게 나아가 몸을 굽히며, 즉 이마와 두 팔꿈치, 그리고 두 무릎을 완전히 땅에 내고 납작 엎드렸습니다. 완전히 변화된 모습이며 야곱 역시 진심으로 화해하려는 모습으로 변화하였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어디에서 시작되었습니까?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라
32장의 마지막 부분, 얍복강에서 하나님과 씨름하며 하나님을 대면하는 과정에 변화하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야곱을 만나 주심으로써, 야곱은 자신의 얕은 속임수가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지를 깨닫고, 진정한 화해를 위해 제일 뒤에서 제일 앞으로 나아가는 변화를 보인 것입니다.
야곱의 이러한 변화가 결국 진정한 화해를 가지고 온 것입니다. 야곱의 진정한 변화는 하나님을 만남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도 누군가와 진정한 화해를 하길 원하십니까? 나의 꼼수, 나의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하나님께 그 문제를 내어 놓고 기도하십시오. 하나님께서 이 모든 상황들을 변화시켜 주시고, 내 마음과 행동을 완전히 바꿔 주셔서, 진실한 화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기도하십시오. 진정한 화해는 하나님께 기도함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 기도를 통하여 내 마음과 행동이 변화되고, 진실한 화해를 이룰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마음에 떠오르는 다툼을 해결하기 위해, 오늘 이 밤에 먼저 하나님께 기도하고, 내 마음과 행동을 변화시켜 진정한 화해를 이루는 주의 백성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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