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참고 자료

드디어 공인인증서 폐지법이 통과되다

by 구약장이 2020. 5. 21.
반응형



공인인증서 폐지법이 국회에서 어제(20일) 통과되다


8~9여년 전, 이스라엘에서 생활할 때 제일 견디기 힘들었던 것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인터넷 속도였는데, 당시 이스라엘은 여전히 전화선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느려서 혈압 급 상승의 경험이 많았었습니다.

둘째는 한국의 은행 업무의 불가능이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공인인증서를 다운 받고 관련된 여러 잡다한 보안프로그램(Active X) 등을 설치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성공을 위해서는 엄청난 인내심과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인터넷이 느린데다 각종 프로그램 다운과 설치가 잘 되지 않아서, 애꿎은 노트북에 화풀이를 많이 했었습니다.

이후에 한국에 와서도 공인인증서로 인터넷 뱅킹을 하면서 귀찮았던 점이 많았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공인인증서를 복사하고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뱅킹을 하는 일도 수고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어제 "공인인증서 폐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제 USB 등에 공인인증서를 담아서 들고 다니는 일이 끝이 난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까지 홀가분해집니다. USB와 공인인증서 그까짓 것이 무엇이라고, 이렇게 해방감을 주는 것일까요? 아마도 이스라엘에서 인터넷 뱅킹을 통해 한국의 은행을 인용하면서 했던 고생에 대한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어서일까요?  





접속이 쾌적하고 간편했던 이스라엘의 레우미 은행


이스라엘에 있을 때는 "레우미"(לאומי)라는 이스라엘 은행을 사용했는데,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접속하면 되고 그 외에는 잡다한 프로그램을 설치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매우 쾌적하였습니다. 우리 나라 은행은 과거에는 잡다한 보안 프로그램 설치 문제로, 오직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플로러에서만 인터넷 뱅킹이 가능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레우미 은행은 익스플로러 외에 다른 브라우저로도 접속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 설치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인터넷은 느린 나라인데, 인터넷 접속하는 은행 업무는 쾌적하고 편리했었습니다. 그 외의 해외 여러 나라의 은행들 중에 공인인증서나 엑티브 엑스 같은 보안 프로그램 설치를 요구하는 나라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압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유독 인터넷 강국인 우리 나라만 번거로운 과정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많이 바뀐 한국의 상황


그래도 지금은 정말 많이 좋아졌습니다. 인터넷 뱅킹을 위해 굳이 익스플로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웹 브라우저에 다운 받은 공인인증서를 저장해 두면 USB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은행 업무나 국가의 여러 기관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공인인증서를 요구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조금 전에 국세청 홈텍스에 접속하여 업무를 볼 때에도, 공인인증서로 접속하였었습니다. 

지금은 공인인증서, 신용카드, 휴대전화 등으로 본인인증을 할 수 있는 옵션이 있으며, 이러한 일은 정말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인터넷 쇼핑몰 등에는 공인인증서가 아닌 아이디와 패스워드로 접속한 후, 등록된 신용카드로 손쉽게 결제를 하는 상황까지 온 지금, 공인인증서의 필요성이 매우 많이 감소된 것이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본인 인증하는 수단으로서 공인인증서가 매우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앞서 언급한 대로, 신용카드나 운전면허증, 휴대전화 등 본인을 인증할 수 있는 다른 수단들이 많아졌습니다. 굳이 공인인증서가 아니라도 된다는 말이 될 겁니다.

이제 공인인증서는 완전 폐기해야겠지요.




21년간의 독재를 마치고 퇴장하다


1999년에 도입된 공인인증서는 오늘 독재의 긴 세월을 끝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제 공인인증서 폐지법(전자서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긴 했지만, 새로운 법령을 공포하고 6개월이 지난 후부터 개정안이 시행되므로, 2020년 12월 경에나 적용이 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즉, 앞으로 6개월 정도는 계속해서 공인인증서를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는 뜻입니다. 다행히도 제 공인인증서는 올해 12월 30일이 만료입니다.




저도 올해 연말까지 공인인증서를 가지고 필요한 경우에 사용할 예정이지만, 그 사이에 새롭고 편리한 대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우리 나라의 여러 은행들이 보안 프로그램 업체들과 협력하여 편리하고 보안이 튼튼한 대안들을 제시해야 하는 경쟁 체제가 될 것이고, 사용자들은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될 것 같습니다.


어서 속히 공인인증서가 완전히 없어지는 쾌적한 인터넷 시대를 맞이하고 싶은 기대가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