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14일 주일은 "주현절 후 여섯째 주일"이자 우리 주님의 용모가 변화하신 산상변모주일입니다. 산 위에서 용모가 변화하시며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별세에 대해 대화하신 주님을 기억하며, 또한 사순절을 앞두고 우리를 위해 구원 사명을 감당하신 주님을 묵상하며 말씀을 전합니다.
- 2021년 2월 14일 산상변모주일, 거룩한독서 렉시오디비나 성서일과본문
- 산 위의 영광, 산 아래의 영광, 누가복음 9장 28절-45절 오늘의말씀묵상
-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 누가복음 9장 유진피터슨 메시지성경 읽기
찬양 : 기도할 수 있는데
성경 : 누가복음 9장 28절-36절
설교 : 기도로 시작하신 주님처럼
오늘은 "주현절 후 여섯째 주일"이자 "산상변모주일"입니다. 이번 주 수요일인 17일부터 사순절이 시작되는데, 사순절을 준비하시기 위하여 높은 산에 올라 가셨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우리 주님의 용모가 변화하였다라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이 있기 전에, 예수님께서는 갈릴리의 벳새다에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하나님나라의 복음을 전하시고 그 말씀을 듣던 무리들에게 먹을 것까지 나눠 주시며 영적으로 육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채워 주셨습니다. 그리고 빌립보 가이사랴 지방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예수님에 대해, 제자들이 생각하는 예수님에 대해 물으셨습니다. 이 과정에서 베드로는 "주는 그리스도시요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라는 믿음의 고백을 하게 됩니다.
베드로가 고백한 대로 그리스도시며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은, 곧바로 십자가에서의 죽음을 예고하셨습니다.
누가복음 9:22, 이르시되 인자가 많은 고난을 받고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버린 바 되어 죽임을 당하고 제삼일에 살아나야 하리라 하시고
이제 우리 주님은 이 땅에 오신 최종 목적인 십자가의 죽음과 그 죽음을 통하여 온 인류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 주시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으시는데, 그 첫 걸음이 바로 오늘 본문의 내용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주님의 사역이신 인류 구원을 감당하시기 위한 첫 걸음이 무엇이었습니까?
1. 기도하시러 산에 올라가셨습니다.
누가복음 9:28, 이 말씀을 하신 후 팔 일쯤 되어 예수께서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기도하시러 산에 올라가사
주님은 십자가의 사역, 인류 구원의 사역을 시작하시기 위해 "기도"하러 높은 산에 올라 가셨습니다. 일반적으로 예수님께서 올라가신 이 산을 , 이스르엘 평야에 솟아 있는 다볼산이라고 학자들은 생각합니다. 갈멜산과 나사렛, 므깃도와 벧산의 가운데에 위치한 다볼산은 매우 가파른 산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없고 조용한 산이었습니다.
이 산에 오로지 기도에만 집중하시기 위하여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와 야고보, 요한만을 데리시고 산에 오르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여러 일들을 앞두고 기도하신 경우들은 많았습니다. 갈릴리 주변에서 사역을 하시던 도중에 밤이 새도록 기도하셨고, 때로는 이른 새벽에 홀로 기도하셨습니다. 벳새다에서 오병이어의 이적을 베푸시기 직전에도 떡을 손에 드시고 하늘을 우러러 축사, 즉 감사기도를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삶은 "기도"(프로슈코마이, προσεύχομαι)와 함께 하시는 삶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주님의 기도의 삶은, 십자가라는 마지막 사명을 준비하시면서도 이어가셨습니다. "기도"라는 이 단어는 '누군가에게 간청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님의 기도의 내용이 무엇이었을까요?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하나님께 무엇을 간청하셨을까요?
오늘 본문 이후에 우리 주님은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셨습니다. 그리고 십자가 위에서 기도하셨습니다. 그 때마다의 기도 내용은, 예수님 자신을 위한 기도가 아니었습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기도의 내용이 무엇이었습니까?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였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기도하신 내용은 무엇이었습니까? "아버지여 저들의 죄를 용서하옵소서"였습니다.
예수님의 기도에는, 자신을 위한 내용이 없습니다. 온통 아버지의 뜻을 구하시고 어리석은 우리 인간을 위한 기도의 내용 밖에 없습니다. 오늘 본문의 높은 산 위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의 뜻을 이루시고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한 내용의 기도, 십자가를 위한 기도를 하셨을 것입니다.
참 기도는 우리 주님의 기도와 같습니다. 나 자신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길 기도하며 다른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 그것이 우리 주님의 기도이며 우리가 닮아 가야만 하는 기도입니다. 내가 필요한 것, 내가 원하는 것, 그리고 내가 갖고 싶은 것만 바라는 기도는 우리 주님의 기도와는 거리가 멉니다. 주님처럼 기도하면 나는 어떻게 하냐구요? 염려 마십시오.
누가복음 12:29-31,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하여 구하지 말며 근심하지도 말라 이 모든 것은 세상 백성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런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것을 아시느니라 다만 너희는 그의 나라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런 것들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우리 하나님께서 다 알고 계십니다. 채우십니다. 우리가 할 일은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길, 그리고 우리의 가족과 이웃과 모든 열방들이 구원 얻도록 기도하는 일입니다. 우리 주님께서도 하나님의 뜻을 위해 기도할 때,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 주실 줄 알고 계셨기에, 오직 사명을 위하여 하나님의 뜻을 위하여 기도하셨습니다.
2. 기도하실 때 용모가 변화하셨습니다.
누가복음 9:29, 기도하실 때에 용모가 변화되고 그 옷이 희어져 광채가 나더라
하나님의 뜻을 이루고 인류 구원을 위하여 기도하러 산에 올라 가신 주님은, 기도하시던 중에 용모가 변화하였다라고 본문은 분명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어떤 주문을 외우신 것도 아니며 무엇인가 능력을 나타내신 것도 아니셨습니다. 다만 우리 주님은 간절하게 기도하셨습니다.
그리고 기도 중에 용모가 변화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산상변모주일"이라고 부릅니다. 이 말은, 산 위에서 주님의 외모가 변화하신 것은 기념하는 주일이라는 뜻입니다. '용모'라는 말은 '에이도스 투 프로소푸 아우투'(εἶδος τοῦ προσώπου αὐτοῦ), 즉 "그분의 얼굴의 형상"이라는 뜻입니다. 주님의 얼굴이 변화하셨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나오는 "변화"라는 말에 우리는 주의를 기울여야만 합니다. 이 말은 헬라어 원어 성경에는 "헤테로스"(ἕτερος)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 '헤테로스'라는 말은 '다른 어떤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원래의 의미는, "처음의 상태로 돌아가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우리 주님은 기도하실 때 용모가 변화하셨습니다. 얼굴의 형상이 변화하셨는데, 나사렛 출신의 목수로서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원래 우리 주님의 모습, 즉 하나님의 아들의 모습으로 바뀌셨다는 뜻입니다.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원래의 모습으로 변화하셨으니, 그 옷이 희어져 광채가 날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인간은 감히 가까이 갈 수도, 쳐다 볼 수도 없는 거룩한 창조주 하나님의 형상으로 변화하셨습니다.
우리 예수님은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셨지만, 근본은 하나님과 동일하신 분이심을 다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하나님과 동일하신 분이신 예수님께서, 자신의 모든 빛과 영광과 광채를 버리시고 이 땅에 오셨음을 기억합시다. 날 위해 오셨습니다. 나를 살리기 위해 오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나를 구원하셨습니다.
갈라디아서 2:20,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우리를 위해 오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안에서 살아갑시다. 날 위해 십자가 지신 주님을 생각하며 사순절을 맞이합시다.
3. 별세에 대해 말씀을 나누셨습니다.
누가복음 9:31, 영광중에 나타나서 장차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별세하실 것을 말할새
주님의 얼굴이 본래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모습으로 변화하며 광채가 나올 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모세와 엘리야가 주님의 곁에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주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모세는 시내산에서 하나님께 율법의 말씀을 받아 내려와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율법을 선포한 사람입니다. 그가 시내산에서 내려 왔을 때, 그 얼굴에는 광채가 비쳤고 사람들이 두려워하였습니다. 그래서 모세는 수건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습니다.
엘리야는 갈멜산 꼭대기에서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들과 대결을 벌였습니다. 참 신이 누구이신지를 놓고, 자신들이 섬기는 분의 명예를 걸고 대결을 벌였습니다. 바알과 아세라의 제사장들이 아무리 외치고 자신들의 몸을 상하게 하여 피를 흘려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엘리야가 저녁 무렵에 단 한 번 기도하였을 때 우리 하나님께서는 불로써 응답하셨습니다. 제물을 태우고 제단을 태우고 주변에 판 도랑의 물과 흙까지 모두 태웠습니다. 이 놀라운 불이 이제 어둑어둑해지는 하늘에서 내릴 때, 분명히 불덩이의 큰 빛이 있었을 것이며 갈멜산 위의 모든 사람들이 보았을 것입니다.
결국 모세와 엘리야 두 사람 모두 하나님의 빛을 보고 경험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오늘 다시 높은 산 위에서 광채 속의 주님을 뵙습니다. 모세의 얼굴의 광채는 일시적이었고 하늘에서 내린 불은 그 날 밤을 비췄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님의 빛은 영원한 빛입니다.
그 영원한 구원의 빛으로 우리를 인도하시기 위하여 우리 주님은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별세에 대한 이야기, 십자가에 대한 죽음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별세'라는 말은 헬라어로 '엑소도스'(ἔξοδος)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한 것을 두고서 출애굽기를 "엑소더스"라고 부릅니다. 즉, 해방, 탈출을 의미합니다.
주님의 별세는 예수님의 죽음을 의미한다기보다는, 이 땅에서의 사역을 끝내시고 육신의 삶을 마치신다는 의미입니다. 연약한 인간의 몸이 아니라, 변모하신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영광의 모습으로 돌아가시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우리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셨을 때, 제자들이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주님께서는 원래의 모습, 하나님의 아들로서 광채가 나는 모습으로 변모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모세와 엘리야와 나누신 별세에 대한 대화는,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이 아니라, 구원과 영광에 대한 대화였습니다.
4. 기도는 사명의 시작이자 마지막입니다.
이 모든 것은 우리 주님의 기도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 땅에서의 진정한 사역을 시작하시기 위하여 산 위에 올라 기도하셨고, 기도 중에 원래의 모습,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모습으로 변모하셨습니다. 그리고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구원을 위한 사역을 끝내시는 것에 대해 대화하셨습니다.
우리 주님은 사역의 시작을 기도로 시작하셨고, 구원 사역의 마무리도 기도로 하셨습니다. 기도는 사명의 시작이자 마지막입니다. 사순절과 죽으심과 부활하심은 모두 기도를 통하여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기도합시다. 우리도 주님을 기억하며 기도합시다.
우리 주님께서 기도하실 때 변화하셨지만 베드로와 야고보, 요한은 졸고 있습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우리 주님은 피땀 흘려가며 기도하셨을 때도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은 졸고 있었습니다. 기도해야 할 때에 졸고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이 나라를 위해 기도해야 하고, 전세계적으로 퍼져가는 바이러스를 하나님께서 해결해 주시길 간구해야 합니다. 믿음의 가정을 위해 기도해야 하고, 사업과 직장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합니다. 건강을 위해 기도해야 하고, 내 삶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졸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특히 사순절을 앞둔 이 때, 잠들지 않도록 깨어 기도합시다. 기도의 시간을 작정하고 기도의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기도합시다. 기도하심으로 사명을 시작하시고 마무리하셨던 주님처럼, 우리도 우리에게 주신 이 땅에서의 사명을 감당하여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려면, 기도로 시작하고 기도로 마쳐야 합니다.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기도로 하루를 마치며 시작되는 사순절도 기도로 준비하며 맞이하는 우리 모두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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