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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삶

아, 베르테르!

by OTFreak 2019.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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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만났기에 애절했다!

  젊었기에 그는 사랑에 모든 것을 던질 수 있었다!

  그의 젊음은 순수한 사랑, 감정의 이끌림을 따라갈 수 있는 사랑을 가능하게 했다. 그 사랑은 순수했지만, 무수한 사랑의 경험이 아니었기에 생경(生硬)하면서도 더욱 몰입하게 하는 사랑이었다.

 

  나는 이제 40대 중반에 들어섰다.

  지금의 사랑은 직접적 경험과 간접적 경험을 기초로 한 계산적 사랑일 수 밖에 없다. 듣고 보고 배운 것이 있기에, 사랑에도 신중하다. 사랑을 하더라도 일종의 시나리오를 작성하여, 그 시나리오대로 움직여 가는 정도일 뿐이지 않겠는가? 이러한 사랑은 결국 무미건조한 사랑이요, 베르테르의 순수하고도 새콤달콤한 덜 익은 풋과일 같은 사랑에는 발뒷꿈치도 따라갈 수 없는 사랑일 수 밖에 없다.

  두렵기 때문이다. 
  지금껏 내가 쌓아 놓은 것들이, 감정적 사랑과 뒤를 돌아보지 않는 사랑으로 인해 한 순간에 무너질까 매우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까지 오느라 포기한 것들이 아깝고 세워 놓은 나 자신만의 성(城)들이 무너질까 염려된다. 그 염려와 두려움은, 베르테르의 뜨겁고도 열정적인 사랑을 주저하게 만든다. 아니, 시도조차 못하게 만든다고 말하는 것이 더 솔직할 것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사랑은 앞으로 돌격하는 열정이었다.
  그의 마음에는 온갖 복잡함이 있었다. 약혼자가 있는 로테를 향한 마음이 결국 모두에게 상처를 줄 것이라는 막연하면서도 분명한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뜨거운 사랑은 그 모든 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젊은 베르테르의 이 멈추지 못하는 전진하는 사랑은, 친구 빌헬름에게 보낸 '7월 8일' 편지의 서두에 잘 나타나 있지 않는가?

  "사람이 어찌 이리도 어린아이와 같을 수 있단 말인가! 눈길 한 번 받고 싶어 이렇게 안달이라니! 정말이지 어린애 같지 않은가!"

베르테르의 이 느낌 아니까...

  계산하지 않고 뜨거웠다! 그리고 전진하는 사랑이었기에, 이와 같이 안달하지 않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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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테의 "큰글씨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더클래식, 허승진 옮김)을 읽어 가고 있다. 
  젊은 베르테르의 감정적 흐름을 따라 읽다보니,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베르테르의 복잡함과 절망, 그리고 아침마다 로테를 보러 가고 싶은 발랄함이 가슴 속에 와 닿는다.

  마치 내가 베르테르인양 그의 생각과 마음에 몰입하니, 로테에 대한 사랑과 원망이 생긴다. 그리고 알베르토(로테의 약혼녀)에 대한 증오와 어쩔 수 없이 사랑에 끌려 다니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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