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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설교/01 창세기 설교

주사위는 던져졌다!

by OTFreak 2019.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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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을 열심히 먹었고, 점심 시간이 되어 역시나 점심을 열심히 먹고 있는 나에게, 아내가 오늘은 성금요일이므로 금식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글쎄... 꼭 금식을 해야만 할까?" 라고 대답했다.

  그렇다고 해서 금식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사순절이 시작되면서부터, 일주일에 한 끼는 금식을 계속했었다.


  한 달 정도 마가복음을 본문으로 설교를 준비하며 묵상하고 공부하고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십자가와 관련해서 예수님께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십자가 위에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אֵלִ֣י  אֵ֭לִי  לָמָ֣ה  עֲזַבְתָּ֑נִי ) 라고 외치시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때가 제일 공통스러웠기도 했겠지만, 겟세마네 동산에서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라며 기도하시던 순간이 제일 힘들었던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전까지 얼마나 조마조마하시며 고통스럽고 답답하셨겠는가?

  시험을 치르기 전까지의 시간이 힘들지, 막상 시험지를 받아 들고 시험을 치르기 시작하면, 공부를 많이 하지 못했더라도 그다지 고통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시험 치기 전까지 얼마나 두근거리며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지...

  

[ 안드레아 만테냐의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번민(1459년)' ]


  예수께서도 겟세마네 동산에서 붙잡히시면서부터는 이미 정해진 순서대로 진행을 하시지 않으셨을까? 

  예정대로 가룟 유다가 왔고 그가 예수를 넘겼으며 재판이 진행되고 사형이 언도되었다. 예수께서는 모든 일어날 일들을 아셨기에 잠잠하셨을 것이다. 나의 묵상과 예수의 수난의 클라이막스는 바로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기도에 맞춰졌다.

  "십자가"라는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이제는 정해진 메뉴얼대로 따라 담대히 전진하기만 하면 된다.


  다윗이 밧세바와 간음한 후 처음 낳은 아들은 하나님께서 죽을 것임을 알려 주셨다. 하나님께 받은 큰 은혜를 망각하고 밧세바와 간음함으로 생긴 자녀이지만, 자신의 피붙이요 한 생명임을 생각할 때 다윗은 매우 마음이 급했고 가슴 아팠을 것이다. 자신의 죄악으로 인하여 어린 아기가 생명을 잃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죄책감이 되겠는가?

[ 다윗을 책망하는 나단 선지자 ]


  그래서 그는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며 금식하였다. 

  하지만 결국 아들은 죽게 되었고, 다윗은 금식을 즉시 멈추었다. 의아했던 신하들이 "왜 아들이 죽자 금식을 멈추었는지"에 대해 묻자 다윗이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이르되 아이가 살았을 때에 내가 금식하고 운 것은 혹시 여호와께서 나를 불쌍히 여기사 아이를 살려 주실는지 누가 알까 생각함이거니와 지금은 죽었으니 내가 어찌 금식하랴 내가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느냐 나는 그에게로 가려니와 그는 내게로 돌아오지 아니하리라 하니라"(삼하 12:22-23)

  다윗에게 있어서 주사위는 무엇이었는가? 바로 아들의 생명이었다. 그 아들의 생명을 거두어 가시고 주사위가 던져졌을 때, 그는 즉시 금식을 멈추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주사위는 십자가였다. 그리고 그 십자가를 지기 위한 첫 주사위,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체포 사건이 시작되자 오히려 담담하셨을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 

  일단 주사위가 던져지면 정해진 순서대로 따라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일단 어떤 일이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한 일이 시작되면 믿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전진해 나가는 것이 나의 삶의 모습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예수께서 십자가 사건을 통하여 보이신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믿음의 표현이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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