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 3장 7절-15절, 어둠 속에서도 길을 내시는 하나님 - 매일성경 큐티 10분 새벽설교
에스더 3:7-15를 읽고 큐티하고 새벽예배를 위한 설교문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민족 말살의 끔찍한 위기 앞에서 느껴지는 '하나님의 침묵'과 그 속에서도 신실하게 일하시는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섭리의 손길을 함께 나눕니다. 고난과 역경 중에 있는 성도들에게 흔들리지 않는 믿음과 소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에스더 3장 7절-15절, 어둠 속에서도 길을 내시는 하나님
서론: 우리 삶 속의 "하나님의 침묵"
우리는 숨 가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때로 짙은 안갯속을 걷는 것처럼 하나님이 느껴지지 않을 때를 경험합니다. 밤낮으로 부르짖으며 매달렸던 기도의 제목이 응답되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좌절하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이의 질병이 깊어만 가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적 어려움이 계속될 때, 혹은 깨어진 관계의 회복이 요원해 보일 때, 우리는 마음 깊은 곳에서 탄식하며 부르짖습니다. "하나님, 정말 듣고 계십니까?"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고난이 닥쳐올 때, 왜 하필 나에게, 왜 우리 가정에 이런 아픔이 찾아왔는지 묻고 또 물어도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뉴스를 통해 세상의 끔찍한 불의와 악행, 전쟁과 재난의 소식을 접하며 무력감과 함께 "하나님, 왜 가만히 계십니까?"라는 질문이 터져 나올 때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영적으로 메마르고 지쳐서 예배의 감격도, 기도의 능력도 희미해지고 하나님이 한없이 멀게만 느껴지는 영적 침체의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오랜 기다림 속에 소망이 점점 희미해져 갈 때, 우리는 마치 깊은 밤, 망망대해에 홀로 버려진 듯한 막막함과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본론: 침묵 속에 감춰진 하나님의 일하심
오늘 우리가 함께 묵상할 에스더 3장 7절에서 15절의 말씀은, 바로 이러한 하나님의 침묵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인 유다 민족 전체가 한순간에 사라질 뻔한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놀랍게도 오늘 본문 그 어디에서도 하나님의 이름이나 하나님의 직접적인 활동은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마치 하나님께서 완전히 숨어버리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이 깊고 무거운 침묵 속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당신의 백성을 위해 일하고 계신다는 놀라운 소망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이 새벽예배 시간을 통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일하시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길을 믿음으로 발견하는 은혜가 있기를 소망합니다.
1. 절망적인 현실: 침묵하시는 듯한 하나님
모든 것이 잘 되어 가고 승승장구하는 듯이 보이는 에스더와 모르드개에게, 아각 사람 하만이라는 인물이 등장함으로 위기가 시작됩니다. 하만은 아말렉 족속의 후예이며, 역사적으로는 하나님의 백성을 대적했던 민족의 피를 이어받았습니다. 그는 높은 지위에 올랐지만, 유다인 모르드개가 자신에게 절하지 않는다는 개인적인 악감정 때문에 유다 민족 전체를 말살하려는 끔찍하고 잔인한 계획을 세웁니다. 이 얼마나 교만하고 뒤틀린 마음입니까!
7절을 보면, 하만은 자신의 악한 계획을 실행할 날짜를 정하기 위해 '부르'(פור, 푸르) 곧 제비를 뽑습니다. 이것은 당시 페르시아에서 행해지던 미신적인 방법입니다. 성경적 제비가 아니라 하만이 실행한 제비는, 하나님께 뜻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연과 운수에 자신의 계획을 맡기는 어리석은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정월 곧 니산월(1월)에 뽑은 제비가 마지막 달인 아달월(12월) 13일로 결정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적인 눈으로 보면 그저 우연의 결과일 뿐이지만, 믿음의 눈으로 보면 이 11개월이라는 긴 시간은 하나님께서는 놀라운 구원 계획을 펼치실 결정적인 시간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하만의 악한 계획과 미신적인 행위조차도 섭리 안에서 사용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 과정을 보십시오. 악한 계획이 세워지고, 미신적인 방법으로 날짜가 정해지고, 최고 권력자의 허락까지 너무나 순조롭게 이루어집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속수무책으로 죽음의 위협 앞에 놓이는 이 참담한 순간, 하나님은 어디 계셨을까요? 왜 악인의 계획을 당장 막지 않으셨을까요? 왜 당신의 백성이 고통받도록 내버려 두시는 것처럼 보일까요? 마치 하나님께서 귀를 막고 눈을 감으신 듯, 깊이 침묵하시는 듯 보입니다. 이것이 에스더 3장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첫 번째 절망적인 현실입니다. 우리의 삶에도 이와 같은 하나님의 침묵이 느껴질 때가 있지 않습니까?
2. 퍼져나가는 악의 영향력: 혼돈에 빠진 수산 성
왕의 허락을 받은 하만은 지체하지 않고 자신의 계획을 실행에 옮깁니다. 12절과 13절을 보면, 왕의 서기관들이 소집되어 하만의 명령대로 조서가 작성되고 왕의 반지로 인봉되어 제국 전역으로 신속하게 전달됩니다. 그 내용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끔찍한 것이었습니다. “아달월 곧 열두째 달 십삼일 하루 동안에 모든 유다인을 젊은이 늙은이 어린이 여인들을 막론하고 죽이고 도륙하고 진멸하고 또 그 재산을 탈취하라." 한 민족을 완전히 이 땅에서 지워버리려는 사탄의 계획과도 같은 명령이었습니다.
이 조서는 각 지방에 법률로 반포되어 모든 민족들에게 알려졌습니다. 15절은 이 조서가 내려진 후의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왕과 하만은 이 끔찍한 명령을 내리고는 태연히 앉아 술을 마십니다. 자신들의 결정이 가져올 피비린내 나는 결과를 아랑곳하지 않는 냉혹함과 무책임함의 극치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술잔을 기울이는 동안, 조서가 반포된 수도 수산 성은 큰 혼란과 당혹감에 빠졌다고 성경은 기록합니다. 유다인이 아닌 일반 백성들조차 이 부당하고 잔혹한 명령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던 것입니다.
악이 법의 이름으로 공포되고, 죽음의 그림자가 온 땅에 빠르게 퍼져나가는데, 하나님은 여전히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악인들은 형통하고 의인들은 고난받는 현실 앞에서 하나님의 침묵은 더욱 깊어만 가는 듯합니다. 믿는 자들에게 이보다 더 큰 고난과 위기가 있을까요?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살아가는 백성들에게 이처럼 하나님의 부재가 느껴지는 순간만큼 힘든 시간은 없을 것입니다.
3. 침묵 너머의 소망: 보이지 않는 손길을 신뢰함
여기까지 보면, 절망 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믿음의 눈을 떠야 합니다. 우리의 눈에는 하나님의 부재와 악의 승리만 보이는 것이 당연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성경은, 특별히 에스더서는 하나님께서 당신의 이름조차 직접적으로 불리지 않는 바로 그곳에서도,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을 위해 보이지 않는 손길, 곧 하나님의 섭리로 신실하게 일하고 계심을 강력하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하만이 제비를 뽑아 정한 그 11개월이라는 긴 시간은, 결코 절망과 기다림의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이 시간 동안 하나님께서 에스더를 왕후의 자리에 세우시고, 모르드개를 통해 하만의 음모를 드러내시며, 마침내 당신의 백성을 구원하실 놀라운 반전 드라마를 준비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악한 계획과 세상의 권력, 심지어 우연처럼 보이는 사건들까지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분이십니다.
"하나님의 침묵"은 결코 하나님께서 존재하지 않으시거나 무관심하다는 사실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에게 더 깊은 믿음을 요구하시는 하나님의 부르심입니다. 보이는 상황 너머에 계신 하나님, 환경을 초월하여 일하시는 하나님, 말씀과 약속으로 영원히 신실하신 하나님을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라는 부르심입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말합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히 11:1). 하나님의 침묵 앞에서 우리는 보이는 현실에 절망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붙드는 믿음으로 나아가야만 합니다.
결론: 침묵 속에서 믿음으로 행진하라
오늘 우리는 본문 말씀을 통하여 하나님의 백성이 겪는 극심한 위기와 그 속에서 느껴지는 하나님의 침묵을 함께 묵상하였습니다. 악이 승승장구하는 듯하고 하나님은 멀리 계신 것처럼 보이는 절망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여러분의 삶에도 여전히 ‘하나님의 침묵’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습니까? 간절한 기도가 응답되지 않는 것 같고, 고통의 터널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 같으며, 세상의 불의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십니까? 오늘 말씀을 기억하십시오. 절망하거나 원망하기보다, 에스더서 전체를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와 하나님의 변함없는 신실하심을 굳게 붙드시기 바랍니다.
지금 당장 모든 것이 이해되지 않더라도,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시며, 우리의 삶과 이 세상을 향한 선하신 계획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루어가고 계심을 믿음으로 고백합시다. 하나님의 침묵 속에서도 기도하기를 멈추지 마십시오. 말씀 안에서 하나님의 약속과 그분의 성품을 깊이 묵상하며 소망을 발견하십시오. 그리고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이 어둠의 시간을 함께 통과해 나갑시다.
기억하십시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은 더욱 가까워집니다. 하나님은 침묵하시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결코 우리를 떠나지 않으시며,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소망의 길을 예비하시는 분입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의 고난과 신음 속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이 믿음으로 오늘 하루도 세상 속에서 담대하게 살아가며, 마침내 승리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목도하는 저와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함께 하는 기도
사랑과 은혜가 풍성하신 하나님 아버지, 오늘 새벽예배를 통해 에스더 3장의 말씀을 나누며, 하나님의 침묵처럼 느껴지는 깊은 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일하고 계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묵상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우리의 연약한 믿음을 불쌍히 여기사, 눈에 보이는 상황에 좌절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굳게 붙들게 하여 주옵소서. 지금 고난과 어려움 속에서 신음하며 하나님의 침묵 앞에 홀로 서 있는 듯한 심령들을 위로하여 주시고, 그들의 삶 속에 친히 찾아가셔서 소망의 빛을 비추어 주옵소서. 어둠 속에서도 길을 내시는 주님을 신뢰하며 오늘 하루도 믿음으로 승리하게 하옵소서.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